북미 원산의 귀화식물로 생육이 지나치게 왕성해 토종식물들이 자라날 터전을 빼앗거나 혹은 식물 자체가 각종 알레르기 등을 유발해 타 식물이나 인체에 해를 입히는 식물로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이 있다.
이들 식물은 이와 같은 폐해로 인해 환경부데 의해 일찌기 생태교란식물로 지정돼 있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대규모로 증식해 있어 당국이 제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시박은 1980년대 후반에 안동오이에 접붙이기를 하기 위해 들여온 외래식물로 그때 접붙이기에 실패한 개체들이 버려져 주변 환경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은 그 이전인 1960년대 말에 포천 등지의 미군 식료품 공장에서 유출돼 퍼진 것이 정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가시박은 4대강 사업지부터 서식지를 넓혀 전국의 강변을 점령해버린 상황으로, 식물 전체에 잔뜩 난 가시 때문에 제거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타감물질(식물 혹은 미생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뱉는 화학물질)을 뿜어서 다른 식물들이 주위에서 자라지 못하개 방해하기 때문에 가시박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일대는 초토화 되어버린다. 이래서 가시박을 토종식물들의 천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시박 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단풍일돼지풀인데 다량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해 식물성 알레르기의 원인 1순위로 꼽힌다. 보통 2~3m에 가깝게 자라지만 여건만 좋다면 5~6m까지 자라기도 한다. 이 식물의 위해성은 알레르기 및 서식지 점령 외에도 이 식물을 먹는 돼지풀잎벌레에 위해서도 발생한다. 즉 해바라기, 돌콩, 환삼덩굴, 깨풀까지 먹어치우는 것이다.
가시박이 한참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 이를 식용으로 유도한 퇴치를 모색, 잎을 삶아서 먹으면 맛이 호박잎과 유사하다 혀여 잠시 유행을 탄 적이 있지만 무위에 그쳤다. 단풍일돼지풀도 비슷한 소비를 유도하고자 했으나 이 식물 자체에 제초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사람이 식용하기에도, 가축 사료로도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보니 자연에서도 천적이 별로 없어 인위적인 제거 외엔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초작업도 간단하지 않다. 키가 큰데다가 뿌리가 단단하게 땅속에 뻗어 있고 줄기 또한 제법 굵어 쉽게 뽑히지 않는다. 예초기를 동원해 일일이 잘라내야 제거가 가능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년생초가 아니고 한해살이풀이라 뿌리가 남아도 크게 상관없다는 점이다.
가시박이나 단풍잎돼지풀 모두 8~10월 사이에 개화한다. 일단 개화가 시작되면 엄청나게 많은 종자가 맺히는 데 이 종자가 한번 날리게 되면 속수무책이다. 워낙 많이, 넓게 퍼지고 쉽게 살아나기 때문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꽃이 피기 전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이 식물이 제대로 구색을 갖추기 전 어렸을 때 제거하는 것이다.
아산엔 지난 7월 중순 기록적인 폭우로 곡교천을 비롯한 대부분의 하천이 범람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때 퍼져나간 각종 풀씨들이 지금 한창 싹을 올리고 줄기와 잎을 키우며 자라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달 중하순부터 꽃을 피우고 종자를 산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야말로 하루속히 이들 생태교란식물 제거에 총력을 기울일 시기다.
/ 임재룡(아산야생화클럽 운영자,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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